한글시계 뒷 이야기
By suapapa
지난 7월 한빛미디어에서 발행하는 MAKE:Korea 에서 주최한
아두이노 DIY 프로젝트가 있었고, 제가 출품한 한글시계가 -1등이 없어서 2등이- 1등 했습니다. 🙂
현재 MAKE:Korea vol2 에 만드는 과정이 사진과 함께 실려 서점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Coex에 전시도 한 번 했었고, 상용화 하자는 제안도 들어왔었어요.
MAKE:Korea는 아주 가끔씩 조~용하게 나옵니다. 2권이 최신판. 마침 YES24에서 1, 2권을 함께 살 수 있는
이벤트를 하네요.
시계는 계속 제가 네이버 까페나 SNS에서 떠들어 댔기 때문에 이미 보실 분은 다 보셨을 것 같네요.
이 포스팅에서는 그 뒷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떠 올린건 -2달이 아니고- 2년 전, 2009년 9월 입니다.
열한다세네
두여섯일곱
여덟아홉시
자정이삼십
사오십오분
영문 Word clock을 보다보니, -아두이노에 어느정도 익숙해 졌을 때라서-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대략 견적이 나왔고 한글로 만들어서 “한글날” 쯔음에
포스팅을 하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킬거라는 기대를 했죠.
9월에 생각이 났으니까 한글날인 10월 5일 까지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고,
워낙 벌려 놓은게 많은터라 “다음 해의 한글날 까지 만들어야 겠다~” 하고 넘겼습니다.
2010년 9월 중순.. “아! 맞다! 한글시계!” 하지만 또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다시 또 다음 해를 기약합니다.
2011년 봄. MAKE:Korea 에서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1등이 백만원! 그리고, 때 마침 저희 집 TV가 고장났어요.
작품을 준비할 시간은 약 세 달이었습니다. 2년간 준비해 온 (응?)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초반은 아주 순조로왔습니다. 예전에 pashiran님의 S3V3를 고쳐주고 받은 양면 만능기판을
사용해 매트릭스를 꾸미고 매트릭스 드라이버와 아두이노를 사용해 원하는 LED만 켤 수
있는지 뚝딱 테스트를 완료 했습니다.
다림질 전사 에칭 기판으로 전면 패널을 만들었는데, 항상 작은 기판을 만드는 데만 이 방법을
사용하다 보니 몰랐던, 기판이 커 지면, 다림질로 전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몇 주 간 수 차례 실패, 실패하면 철 수세미로 빡빡 문질러 지우고 다시 다리고 해서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패널 만드는게 엄청 짜증났지만, TV를 다시 보고 싶다는 욕망이 저를 지탱해 주었어요. -_-;
남은 건 케이스, 패널 만드는데 시달리다 보니 모든 걸 스스로 다 할 필요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서, 대충 도면을 그려 근처 목공소에 찾아 갔습니다.
제 도면은 4개의 나무판의 모서리를 45도로 깍아서 조립하면 깔끔한 직사각형이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목공소 아저씨가 제 도면을 보더니 단번에 이러면 조립하기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조립은 제가 합니다!”
하고 호언장담 하고 받아와 조립해 보니, 아저씨 말이 맡네요. 삐뚤빼뚤 하고 판과 판 사이에 틈이 왕창 생겨 버렸습니다.
틈에는 빠데! (이마트 차량 용품점에서 파는걸 봐뒀어요)를 사다가 매꿨다가, 망쳐서 다시 분해했다가, 다시 매꾸고,
또 다시 매꾸고 마감일은 다가오고…
원래는 뒷 뚜껑을 아크릴로 만들어 마감하려 했지만 빠데질에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오랬동안 잡고 있었더니
프로젝트에 감정이 실려서 될대로 되라는 상태가 되어 버렸지요.
다행히 아두이노는 “프로토타입"을 위한 플랫폼이니, 이정도 미완성을 정당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감을 몇 일 앞두고 폭풍코딩하여 동영상 찍고 사진 찍어 마감날 제출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있었는데, 역시 엔지니어의 미적 감각이란… 공들여 만든 케이스가 너무 안 예뻐요.
게다가 불을 켜면, 카메라 상으로는 -눈으로 보는 것 보다- 더 안 예쁘고, 뭐 어때요. “프로토타입"인데.
불을 끄고 보면 훨씬 그럴듯 합니다. 🙂
앞서 언급했듯이 2등으로 입상해서, TV를 새로 사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신 받은 쿠폰으로, -제세공과금을 되려 내고!- 쓸모없는 제 장난감을 왕창 샀어요. ㅎㅎ
좀 아쉬웠는데, 같이 입상한 작품들을 보니 와 이게 어디냐! 싶더군요.
5월에 공모전을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이게 결국 5개월이 걸려 결국 한글날에 맞춰 공개가 되었습니다. 🙂
한글시계의 라이센스는 CC BY-NC-SA 입니다.
상용이 아니라면, 원 저자를 표시하고 맘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MAKE:Korea vol2는 아두이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놓치면 아쉬우실 거에요.
왠만한 입문서 보다 (아 아두이노 입문서 내가 번역했는데 막이래) 알찹니다.
그러니까, MAKE:Korea 좀 사 주세요. 이런 책이 팔려야 훗날에라도 옆 나라에서
우주선 쏠 때 “나도 우주 가 봐서 아는데..” 하며 자위하는 쪽팔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