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페어 2012 후기
By suapapa
지난 6월 2일과 3일 있었던 메이커페어 2012에 참가했었습니다.
`#makekorea`로 SNS를 찾아보시면 전시와 관람하신 분들이 올리신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실 수 있어요.
올 해는 개인적인 사건사고로 집, 일 말고는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그냥 관람만 하려고 했었는데,
주최측의 끈질긴 설득과 지난 devfestX에서 뵙게 된 네이버 까페 아두이노 스토리 운영자 님의
“준비하실 여력이 안 되시면 우리 부스에 숟가락만 얻어 주세요” 라는 파격적인 제안에 전에 만들었던
핑크탱크와
한글시계를 들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D-1 : 전시 전 날
전시 장소를 둘러보고 집에 돌아와 한글시계를 동작시켜 봤는데, 왠 걸… 작동하질 않네요.
조금 손 보면 되겠지 하고 잡은게… 밤을 꼴딱 새워 기존 코드들을 싹 리펙토링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수정한 내용 입니다:
- 아두이노 라이브러리들을 별도의 저장소로 분리하고 git submodule을 사용해 update 하도록 수정
- 아두이노 1.0에서 빠진 Matrix를 대신해 LedControl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게 수정
- 이상하게 꼬여있던 글자 위치 선택 루틴들을 매크로를 써서 깔금하게 정리
- 사용하지 않는 RTC 루틴을 선택적으로 뺄 수 있도록 수정
- millis()를 이용해 dummy RTC 구현
해서, 예전에는 Atmega8의 8K 용량이 부족해 일부 -디버깅- 기능을 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다 넣고도 몇K가 남게 되었습니다. 올레!
D-0 : 메이커 페어 시작
21세기 들어 밤을 꼴딱 새 본 게 처음이라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서교아트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지하1층~3층(옥상)층 까지 모두 메이커 분들이 작품 설치를 하고 계셨고,
역시 메이커 답게 당일 만들고 계신(응?)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전시 시작 전에 다른 작품들을 좀 더 자세히 볼 걸 싶었어요.
금방 시작 시간이 되고 관람객 들이 들어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잠이 쏟아질지 걱정되었었지만,
이 쪽에서는 저도 나름 네임드라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는 분들이 꽤 있다는게 신이났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심도의 질문을 하시는 관람객 분들에게
쉴새 없이 답변을 떠들며 6시 까지 깨어 있었습니다.
의외로 외국인 관람객도 많아, 영어로 말하기를 연습할 기회다 싶어 주저 않고 “헬로~“를 외쳤는데,
매번 “오예! 저 친구는 말이 통하겠군! 이야~” 라는 눈빛으로 성큼 성큼 다가오는 모습에 흠짓 흠짓 놀랬씁니다.
1층 전시자인 어떤 외국분의 아들로 추정되는 외국인 꼬마 친구가, 옆 친구의 간절한
“Can I try this now?” 라는 반복되는 요청을 묵살하고 받데리가 다 달 때 까지 핑크탱크를 가지고 놀던게 생각나네요.
“이제 그만 양보하렴"을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나를 한 참 생각했습니다. 🙂
한글 시계는 전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시간이 틀리기 시작했지만, 정신이 제 정신이 아닌 지라 고칠 엄두가 안 났어요.
주최측인 한빛미디어에서 마련해 주신 뒷풀이가 있었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피곤했습니다.
D+1 : 마지막 날
아침! 지각이다!
부랴부랴 전시장에 도착했더니 이미 전시가 시작되었네요.
자리에 앉아마자 어제 탱크를 가지고 놀던 꼬마 친구 한 명이 다시 와서 “또 해볼 수 있어요?” 라고
묻는 걸 받데리를 충전하는걸 잊어서 그냥 돌려보낸 것이 미안했습니다.
정신이 있을 때 한글시계에 원하는 시간을 넣을 수 있게 (전 날에는 바뀌는 걸 보시려면 5분 동안 기다리셔야 되셨드래서),
그리고, 매 분 마다 뾰로로롱 하도록 수정했습니다. 아두이노 만세!
하루만에 좀 익숙해 졌다고, 이제는 얼굴 표정도 안 바뀌고;
“이 작품은 메이크 코리아 아두이노 공모전에서 수상한 한글시계에요. 한글로 읽을 수 있는 시계죠.. 블라블라… 이거는 프라모델을 핸드폰으로 무선조종하게 만든 거에요 안드로이드폰은 블루투스 시리얼을 기본으로 제공해줘서 블라블라…”
줄줄 쏟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외국분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어! 이게 시계구나! 라고
알아채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메이크 창립자인 “데일 도허티” (이 바닥의 대통령인듯 사람들을 우루루 몰고 다녀요)도 -그분인 줄 모르고- 만났어요.
같은 부스에서 “아이유 사랑해"를 만들고 계시던 워리님 님을 졸라 수아맘이랑 놀러온 수아에게 줄 선물도 만들었고,
이수아 7세는 너무 신나서 뛰어 놀다가 자빠져서 얼굴에 수직선이 쩍 하고 생겼지만, 금새 다시 회복하고 신나게 구경을 했습니다. 🙂
저는 지하 1층 전시장을 자세히 못 둘러봤는데, 집에 와보니
수아가 “토끼 눈 뿅!” 패치와 “빛나는 공"을 얻어서 정말 좋아했어요.
작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에필로그
사실 메이커코리아가 열린다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아오… 이걸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막막했었고 아마 1회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컸었는데,
그냥 둘러보는 다른 심심한 전시와 다르게, 관람객들이 “이거 어떻게 만든거에요?“라고 물어보고, 메이커가 신나서 답변하는
재미있는 시간이었고,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잠잠했던 메이커의 피를 다시 끓기 시작하게 만든 행사였습니다.
저는 내년 메이커 페어 전 까지,
- 안드로이드 악세서리 킷(ADK)를 제대로 사용한 작품
- 판매용 한글시계
를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
내년에도 또 열어주세요. 제발~